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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날 첫 매상 기부 … 손님도 가게도 하하 호호

  • 중앙일보
  • 2013-10-17
  • 조회수 1,013

마수걸이 기부 '첫손님 가게'
올 초 김해서 첫선, 100호점 돌파
고객 명의로 난치병아동 등 지원
'착한 업소' 소문에 단골도 늘어

(1) 김밥일번지·엄마뚝배기·안채 구윤희 대표(2) 좋아서 하는 카페 정인한 대표(3) 대성닭강정 심정숙 씨(4) 청운세차장 윤갑한 대표

생활 속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남 김해의 ‘첫손님가게’를 방문하는 ‘첫 번째 손님’들이다.

 요즘 첫손님가게의 마수걸이 기부가 화제다. 첫손님가게는 첫 번째 구매 고객의 결제 금액을 고객 이름으로 기부하는 곳이다. 생명나눔재단(이사장 안진공)이 지역사회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지난 2월 ‘첫손님가게’를 열기 시작했다. 첫손님가게는 각 업의특성에 맞춰 기부 횟수나 금액을 설정한다. 지역사회에 공헌할 의지가 있는 가게, 대중적인 맛 평가를 받은 가게, 쾌적하고 청결한 가게, 친절한 가게라면 첫손님가게가 될 수 있다.

 첫손님가게 업종은 일반음식점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병의원, 요가원, 간판, 스마트폰 판매점, 렌트카, 자동차정비소, 꽃배달, 대리운전, 세차장, 보험대리점, 생선가게, 식자재마트, 안경점, 떡방앗간, 가스판매점, 신발전문점, 네일아트, 건축사무소, 법무사사무소, 농산물판매점 등 다양한 업종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김해에는 108개의 첫손님가게가 있다.

  첫손님가게의 기부금은 첫손님이 지정하는 사업에만 사용한다. 지금까지 기부에 참여한 첫손님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2189명. 누적 기부금은 9월 30일 기준으로 4415만2333원(1월 서포터즈 200만원 포함)이다. 기부금은 소아난치병아동사업, 저소득층아동사업, 독거노인사업, 장애아동사업 등 4대 사업에 지정기부하도록 체계화했다. 생명나눔재단은 매월 첫손님가게 기부금 현황과 배분 현황을 첫손님가게 점주와 첫손님에게 공개한다.

 현재까지 첫손님 기부금은 독거노인사업에 2491만130원, 빈곤아동사업에 800만원, 소아난치아동사업에 620만원, 장애아동사업에 484만3670원 등 총 4395만3800원이 사용됐다.

 생명나눔재단 첫손님가게 담당 공은정 간사는 “기존에 있던 ‘기부’ 아이콘을 내세운 가게들이 전국 단위로 운영되고 있고, 운영 방식이 기부자와 모금 기관의 한 방향 소통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소통 방식은 기부자가 모금 기관에 기금을 보내는 단순하고 일반적인 방식이라 지속성이 떨어지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김해에서 ‘핫이슈’인 첫손님가게 네 곳을 찾아가봤다.

 ◆좋아서 하는 카페=관동고분공원 근처에 있는 좋아서 하는 카페는 인근 주민들이 아침 운동 길에, 출근길에 ‘모닝 커피’를 즐기는 곳이다. 정인한 대표는 원래 기간제 교사였다. 아내 김정애 씨와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사업을 구상했다. 사업 분야는 ‘정애가 좋아서 하는’ 카페. 정 대표는 카페 운영 외에도 기부 활동에 관심이 있었다. 마침 지인에게 생명나눔재단 ‘첫손님가게’에 대해 듣게 됐고 참여를 결심했다. 손님들의 반응은 “재밌다”가 주를 이룬다. “마치 게임을 하다가 득템한 것처럼 좋아하세요.”

 좋아서 하는 카페는 오전 7시에 문을 연다. 다른 곳보다 첫손님이 다소 이른 시간에 나타난다. 그래서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 정 대표는 “첫손님을 노리시는 분들도 있다”면서 “한번은 7시 10분쯤 오신 손님이 카페 문이 닫혀 있자 쪽지를 남기신 적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좋아서 하는 카페는 첫손님이 아니지만 기부를 원하면 그 금액을 기부하기도 한다.

  정 대표는 “첫손님가게가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미있고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손님들에게 괜찮은 경험인 것 같아요. 우연한 경험이지만 한 번 시작한 기부는 두 번은 더 쉬우니까요. 요즘 같은 사회에 필요한 기부문화입니다.”

 ◆청운세차장=윤갑한·김은미 대표는 세차장 운영 경력 10년차다. 올해 1월 1일, 이들 부부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그것은 첫손님의 결제금액을 기부하자는 것. 하지만 당시에는 ‘첫손님가게’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작은 돈을 기부하자니 부끄럽고 어디에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6개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는 우연히 첫손님가게 팻말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봤다. 박대선 법무사였다. 부부는 무작정 따라가 다짜고짜 물었다. “이거 우리가 하고 싶은 건데, 어디서 어떻게 하는 거예요?”

  세차장 사업이 영세하다 보니 윤·김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원을 송금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시작한 사업이라 열심히 했고, 결국 주위에 세차를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윤·김 대표는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받았으니까 다시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아픈 아이들에게 작은 금액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소아난치아동들에게 기부하고 있다”고 입모아 말했다.

 김 대표는 “형편이 나아지면 열심히 기부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작은 금액이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세월에 형편 나아져서 기부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단 시작한 후에 기부액을 차차 늘려가야겠다 계획했죠. 제가 열심히 하면 그걸 보고 주위에서도 하지 않을까요.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돕는 게 바로 사회공헌 같아요.”

(5) 첫손님 기부금은 소아난치병아동사업, 저소득층아동사업, 독거노인사업, 장애아동사업 등에 쓰인다. 사진은 생명나눔재단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 밑반찬지원을 위해 김치를 담고 있는 모습.
  ◆대성닭강정=심정숙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뇌에 문제가 있어 오랜 기간 수술과 치료를 반복했다. 하루는 병원을 다녀오다가 버스 하차 벨 옆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봤다. 생명나눔재단의 ‘첫손님가게’에 대한 내용이었다. 심씨는 순간 전화번호를 외우면서 내렸다. 그길로 생명나눔재단에 전화를 걸었다.

 심씨의 아들 안용완 대표는 지난달 11일 대성닭강정 사업을 시작했다. 대성닭강정은 개업과 동시에 ‘첫손님가게’가 됐다. 김해여자중학교와 김해건설고등학교 사이에 위치해 대성닭강정의 첫손님은 대게 학생이다. 첫 매출은 2000~3000원. 첫손님가게의 기부금은 3000원부터 시작이다. 때문에 심씨가 1000원을 보탤 때도 있다. 작은 기부라 너무 거창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씨. “기부금은 우리 첫손님들이 원하는 데에 잘 쓰이길 바랍니다.”

 ◆김밥일번지/엄마뚝배기/안채=김밥일번지, 엄마뚝배기, 안채는 김해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대표는 한명이다. 오래전 재래시장에서 작은 김밥집을 시작으로 현재 김해지역에만 12개의 점포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구윤희 대표다. 구 대표는 6개월 전부터 이 점포들을 ‘첫손님가게’로 운영하고 있다. 각 점포가 월 6만원 정도 기부를 한다.

 손님들은 주로 단골들이다. 처음에는 구 대표의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단골손님들이 이제는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서 직접 첫 손님 기부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단다. “아무래도 직접 돈을 내는 게 아닌데 그것이 나눔 활동으로 이어진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하신가 봐요.”

 구 대표는 사실 매스컴에 노출되고 싶지 않지만 더 많은 가게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구 대표는 첫손님가게의 취지에 대해 언급했다. “나눔의 시작이 방문했던 작은 첫손님가게에서 시작하지만 나중에 이 마음이 커져서 더 큰 봉사활동을 하게 만들어요. 우연한 기회에 기부를 하게 되고 이 기부가 기쁨으로 이어지고, 기쁨이 소비되면서 다시 기부가 전파되죠. 이보다 더 훌륭한 기부활동이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구 대표는 앞으로 사업을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작은 것도 생활 속에서 나눌 수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사업을 꾸준히 성장시켜 더 많은 고객, 사람들과 나눔을 실천하 고 싶어요.”

 
 배은나 객원기자